커팅은 다들 자신만의 방법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전 보이는 쪽은 열심히! 잘 안 보인다 싶은 쪽은 대강! 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조립 전에 보다 설명서를 꼼꼼하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조립하게 되면 어떤 모양이 될 지 미리 셈 해보는 것입니다. 지금이야 방이 작아서 불가능하지만 세상일이란 것이 또 모르는 것이니 만큼, 그러니까 진열을 하게 되면 어떻게 놓을까, 까지 생각하게 된다는 뜻이죠. 이건 제 개인적으로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돈 욕심은 그다지 없어."
"DVD, 프라모델만 계속한다고 해도 시어터룸에 프라모델 작업실, 서재, 침실, 아이 방……. 다섯 개네."
"음, 다섯이네."
"방 다섯 개짜리 아파프라면 70평은 넘어."
"그런가?"
"그게 욕심 없는 거냐?"
"아이를……, 낳지 말까?"
이를테면, 결국엔 이런 느낌. 그냥, 박스에 넣어 보관하겠습니다.
스물이 넘고 나서 학창시절의 생활기록부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제 행동평가발달사항에 꼭 빠지지 않는 말이 있더군요. ‘끝마무리 부족’, ‘인내 결여’, ‘성실하나 주의 산만함’.
러너에서 부품을 떼어 놓은 작업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까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러너를 어느 정도 남겨 놓고 니퍼로 자른 다음 아트 나이프로 아주 조금씩 정리한 후 600방이나 400방 사포로 마무리 한다고 해요. 그게 정답일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전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끝마무리 부족’, ‘인내 결여’, ‘성실하나 주의 산만함’ 때문에. 결국 보이는 쪽은 정석대로! 잘 안 보인다 싶은 쪽은 뭐 손톱깎이로도 막 자르게 되는 것입니다.
반다이의 건담 관련 프라모델은 기본적으로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간단한 접합선 수정에는 접착제가 꽤 유용한 관계로 전 늘 접착제를 사용합니다. 그러므로 각 부품의 연결부(플러스, 마이너스 몰드)을 니퍼를 이용해 미리 대각선으로 잘라 놓은 작업도 여기서 진행합니다.
또 하나 앞서 말했지만 HGUC는 대부분 작고, 접합선도 많은 편이라 어차피 최종 사포질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커팅은 속도 붙여서 탁, 탁, 시원스레 잘라도 크게 무리가 없다는 뜻입니다. 무엇보다 누차 강조하지만 이건 정가 700엔짜리 GM이니까요. 장기로 치면 졸, 윷으로 치면 도, 현역으로 치면 이병이라……. 뭐 시각을 달리하면 이건 기초고, 시작이고, 대단히 중요하고 그렇긴 합니다만 프라모델에까지 그런 말이라면……. 넘어 가죠 뭐. 그러고 보니 기초란, 언제나 어려운 문제네요.
미리 다 잘라놓았습니다. 이럴 경우 분실에 유의해야 합니다. 작은 부품이 많으니까요. 이게 우스워 보여도 해 보시면 알겠지만 1시간 이상 걸립니다. 손가락도 아프고 하니 이쯤에서 쉬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프라모델의 즐거움은 이런 데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단번에 끝나지 않고 꽤 오랜 시간 즐길 수 있으니까요. 700엔으로 말이죠.
어찌됐든 원작에 지나치게 충실한 옥색을 보세요. 전 저 옥색이 너무나 맘에 들지 않습니다. GM의 치명적 약점이죠. 그래서 늘 흰색으로 도색을 합니다. 아무튼 이제 접착을 해야 하니 무수지 접착제를 꺼내보죠. (*)
'GM ver. pearl finish' 만들기(4)